누군가 좋다고 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미 우리들은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 않은가! 당장 다음주 월요일까지 제출해야하는 과제에, 오랜만에 휴가나온 친구와 술 잔을 기울이는 일, 엊그제 새로나온 게임 캐릭터를 플레이해보는 일까지... 오늘 하루도 바쁘다.

 

 




 



 최근 팀 어번(Tim Urban)’이라는 블로거의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한 강연을 시작으로 TED를 접하게 됐다. ( TED: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이며 정기적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 등과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 강연이 어찌나 마음속 깊이 와닿았는지 매번 무언가를 미룰 때 마다 이 강연이 떠오른다. 구체적으로는 원숭이가 떠오른다.

 




 





 팀 어번은 인간의 심리를 ¹합리적 의사결정자(Rational Decision-Maker)²순간적 만족감 원숭이(Intant Gratification Monkey), ³패닉몬스터(Panic Monster)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는 지금 당장의 만족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본능이며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자아실현을 하도록 돕는 존재이다. 또한 패닉몬스터는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를 몰아내고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이다.

 

 

 

 


 


 마감기한이 있는 일반적인 미루기의 경우 우리가 합리적 결정을 하려는 매 순간마다 원숭이가 끼어들어 쉽고, 재미있는 것만을 하게 만들며, 결국 마감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할 위험에 처했을 때 패닉몬스터가 깨어나 미리 해야했던 일들을 몰아서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이용해 적절하게 설명한다.

 

 







 스스로 마감기한을 정해야 하는 일의 경우 불행과 후회의 원천이 되기 쉽다패닉 몬스터가 깨어나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에 미루기가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팀 어번은 이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을 공유한다. 마감기한이 없다고 보이는 일들도 사실은 마감기한이 존재하며 그 마감기한은 바로 길고도 짧은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미루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짐으로써 미루기를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의 의식이 동물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영상을 보고 난 직후 문득 모레까지 제출해야하는 과제가 있지만 지금은 우주하마의 오버워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어떻게 하면 윈스턴으로 저런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해.’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는 주체가 바로 내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였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순간, 내 머릿속의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